대부분의 경험이 첫 경험이 될 것이었다. 첫 환전, 첫 출국, 첫 일본, 첫 도쿄. 사실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열망 하나만큼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기약없이 일본에 가자는 이야기만 늘 오갔다. 가장 친했으며, 가장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 광선이와는 언젠가 갈것이라는 예상만 하고 있었는데, 입대를 앞 둔 광선이의 급격한 심경변화로 인해 입대를 한달여 앞둔 상태에서 여행 계획이 시작되었다. 당시 신종플루로 인해 병무청의 출국에 대한 반려조치 등 각종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은 출발을 하게 되었다.



당시 꽤나 저렴했던 고속버스를 통해 서울로 향했다. 땡처리를 통해 구입한 항공권은 김포에서 오후 느즈막히 출발하는 비행기였다. 여담이지만, 땡처리로 나름대로 저렴하게 구입했던 항공권은 1인당 왕복 40여 만원에 달했다(!). 오사카를 왕복 10만원대에 다녀오는 것이 예사인 지금에 보면 꽤나 비싼 가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급하게 계획된 일정이니만큼 선택지가 많지 않았지만. 게다가 당시 환율도 약 1300원대에 달해 여러모로 돈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는 시기였다.



첫 해외여행으로 몹시 들뜬 모습이다. 연인에게나 보낼법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녀석.



연인 컷 같아서 몹시 기분이 나쁘다.



누가봐도 여자선글라스의 모양이다. 하지만 이때는 광선이가 가져온 '누나표 선글라스'가 아주 멋져보였다. 안경 다리에 적혀있는 'Calvin klein'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꼬맹이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 4박 5일 치고는 제법 꽉꽉 들어찬 캐리어를 끌고 갔다. 첫 해외여행은 때로 발생하는 나의 과도한 준비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옆에는 복선으로 우리가 곧 신게 될 전투화가 카메오로 출연.



지하철이 아직 익숙치만은 않았던 시기. 개찰구에 놓여있었던 무료 지하철노선도를 들고 크게 펼쳐 보며 갈 곳을 찾곤 했다. 물론 휴대폰에도 노선도가 탑재되어 있어 제법 편리하게 사용 할 수 있었다.



당시 사용했던 머니클립. 예전에 사용했던 휴대폰번호가 정겹다. 강남 SLR렌트에 들려 24-70렌즈를 렌트했다. 더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캘빈클라인.



렌즈 테스트샷은 나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처음 써보는 24-70 렌즈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손목시계의 디테일을 표현해주는 뛰어난 화질. 4박 5일간 내 손목을 고장낸 뛰어난 무게.



이어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내에서 충분히 테스트를 마쳤다.





심심했던 모양이다. 



그는 엔돌핀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이어온 오덕질로 인해 일본어 회화가 제법 능숙했으나, 지나친 준비성은 전자사전까지 챙기게 만들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짐만 늘었다.



스트릿 패션피플처럼 보이고 싶었다. 스투시 티 같은걸 끼얹나?



아련아련한 모습.



멋진 게스가방도 함께 했다. 뭐야.. 흔한 부자잖아..



김포공항에 도착한 만족감은 기념사진을 찍기에 충분했다.



기..김포공항..



고등학교시절 왔던 김포공항. 출국을 위해 다시 들린 이곳은 통로가 정말 길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음식을 먹자, 하고서 라볶이와 김밥을 사먹었다. 별로 훌륭한 선택은 아니었다.



아직 인천공항에 가본적이 없었던 내게, 김포공항은 정말 넓고 광활한 곳이었다.



탑승수속 중.



벌써 좀 피곤해 보이는 얼굴.



우리가 이용하게 될 항공사는 일본항공 JAL이었다. 그래, 일본이라면 일본항공이지.



출국이라는 게 이렇게 귀찮고 오래걸리는 것인 줄은 몰랐다.



이것저것 쓸것이 많았다. 우리같은 촌놈들은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지 않으면 비행기를 놓칠 것이 분명해보였다.



드디어 받은 항공티켓. 내 이름이 새겨진 항공티켓을 보니 가슴 깊이 설레어온다.



우리가 타게 될 비행기 JAL.



마지막으로 전화해 자랑 할 곳을 찾는다





모두 준비 된 듯한 굳은 표정.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저녁 도착, 아침 출발. 그야말로 가장 좋지 않은 일정이었다. 도착해서는 바로 자야하니 숙박비가 나가고, 자고 일어나서 바로 귀국해야하니 또 숙박비가 나가는 일정. 해외여행은 아침에 도착하고 저녁에 귀국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처음 타본 비행기는 제법 마음에 들었다. 아.. 물론 수학여행으로 제주도에서 내륙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었지만, 술에 취해 잠들어있었으므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비행기가 이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옆에 앉은 여성은 일본어를 할 수 없었다. 영어도 할 수 없었다. 시트벨트를 해달라는 승무원의 일본어와 영어를 모두 알아듣지 못했으므로 우리가 알려주었고,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말 역시 나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약 두 시간의 비행동안 그녀가 한 말은 단 한마디, 국제 공용어 '콜라'였다.





이제 해도 거의 모습을 감추었다. 완전한 밤비행기가 될 듯 하다.



사실 기내식이 있는줄은 몰랐는데, 비행기가 뜨고 안정권에 접어들기 무섭게 승무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도시락을 나눠줬다. 기껏해야 두 시간 가는데 굳이 밥을 먹이려는 그들의 노력이 가상했다.



밥은 제법 괜찮았다.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린 듯 해 한 1-20분 고생을 한 것 같지만, 기분탓이겠지.



여행책을 들여다보며 도쿄여행을 준비한다.



스마트폰따위가 없었던 당시, 우리가 의지 할 수 있는 것은 책 한 권 뿐이었다. 클로즈업도쿄 책은 정말 유용했다. 지렁이 같은 글씨로 꼼꼼하게 표시해놓은 포스트잇들이 보인다. 책이 너덜너덜해 질 때 까지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신종플루의 위험으로 인해 마스크를 끼고 만반의 준비를 하여 공항에 내렸고 10분 뒤에 마스크는 버려졌다.



일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일본은 바로 자판기였다. 음.. 지금의 물가와 크게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왜 암바사 였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택시 타는 곳을 지나, 무료셔틀버스를 타는 곳으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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